여행·라이프스타일

하와이 오아후 이튿날, 하나우마 베이 스노클링

태영^감각천재 2009. 12. 22. 00:44
이튿날은, 6시 30분에 기상해서 그 유명한 하나우마 베이 갈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스노클링 장비를 챙기고, 얼굴과 팔에 자차 바르고, 수건(호텔 수건 2개) 챙기고, 돌아올 때 갈아입을 속옷과 겉옷을 챙겨넣었다. (당연히 갈때는 수영복 차림에 아쿠아 슈즈)

그리고 남은 디카(올림푸스 뮤 터프 8000 - 방수 카메라) 메모리가 부족한 듯 하여, 밥 먹으러 가기 전에 어제 이후 찍은 사진을 다시 iStation으로 백업했다. miniSD카드를 USB  converter에 넣고, iStation으로 move 명령을 터치했다. 약 15분 쯤 걸려서 이동이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런데 작업 종료 후 iStation에 폴더는 만들어졌는데 파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대로 miniSD카드에도 폴더는 사라지고 파일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15분 동안 카메라에 있던 파일만 지워진 셈이었다.

갖은 노력을 다해 파일을 복구해보려고 했지만, 시간만 가고 모두 허사에 그쳤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계속 흘러서 7:30이 되었고 그동안 이것 저것 해보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 대신 메모리 카드는 나중에 귀국해서 복원을 시도하기위해 더 이상 기록을 하지 않고, 앞으로 남은 오하우 여행에서는 파나소닉 카메라만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카메라는 두 개 다 챙기고, 방수팩도 챙겨서 호텔 식당(Terrace grill)이 있는 3층으로 급히 내려갔다. 그러나 Terrace grill은 아침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의 명단을 올리기 위한 줄만 해도 10분 이상 소요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결국 아침 식사는 포기하고 8시에 호텔 뒤 집결 장소로 갔다

호텔 뒤에서 대기하면서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일단 새 메모리를 사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ABC store에 갔으나 miniSD카드는 없었다. 아직 시장에 많이 풀리지 않은 메모리카드였다. 그래서 궁리끝에 miniSD 카드가 에물레이트 하는 XD 카드 1기가를 구매했다. 확인결과 XD 카드도 카메라에 들어가서 촬영은 가능했지만 miniSD에 비해 속도가 다소 느렸다.

그렇게 간신히 메모리 카드 문제를 해결한 순간, 일본 관광객을 찾는 여성이 등장. 주위를 둘러보니 호텔 후문에 서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일본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여성이 부른 이름 중에 우리 이름도 있었다.

우리는 그 사람을 따라 일본 사람들과 함께 봉고에 올랐다.
우리를 찾으러 온 사람은 운반책이었다. 사실은 한국 사람인데 오아후에 일본사람이 많아서인지 일본어도 자연스럽게 했다. 하와이에서 관광업계에 종사하는 한국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것 같았다.

< 우여곡절 끝에 그 유명하다는 하나우마 베이로 출발 >

우리는 일본인 여행객과 함께 봉고를 타고 다이아몬드 헤드를 지나서 하나우마 베이에 들어가는 언덕배기까지 이동했다. 거기서 다시 택시(봉고모양)로 갈아타고 하나우마 베이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이때가 약 8:40 무렵)

차를 갈아타는 이유는 하나우마 베이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차가 별도로 정해져있기 때문인 듯 했다.

택시기사는 라이프 자켓, 스노클링 장비, 도시락, 바닥에 까는 장판을 주고 다음 사람을 태우러 갔다. 듣던 것과는 달리 스노클, 핀, 라이프 자켓까지 별도 비용없이 빌려주었다. -_-;

그것도 모르고 이것들은 마우이에서 오아후까지 싸짊어지고 오다니…….

< 기본 제공되는 점심 도시락 >

귀가 시간은 12:30과 1:30 중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 이중 1:30에 귀가하는 것으로 정했는데, 하나우마 베이에 들어가기 까지 길고 긴 절차를 생각하면 12:30분 출발은 사실상 스노클링을 즐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 주차장에서 바라본 하나우마 베이 >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마자 바로 사람들이 긴 줄을 서있는 것이 보였다. 입장권을 구매하려는 줄이었다.
대부분은 일본인들이었고, 중간 중간 서양인들이 있어서 마치 일본에 관광온 느낌이었다.

< 땡볕, 땡볕 아래 끝도 없이 늘어선 관광객들 >

하나우마베이 입장권은 1인당 7.5달러였다. 그리고 화요일은 제외한 아침 6:00부터 오후 7:00까지 개방된다. 그리고 술과 동물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다.

아직 아홉시도 되지 않았지만 강한 땡볕 밑에서 줄선지 약 30분이 지나 9:25분쯤 입장권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정작 구매한 것은 하나우마 베이 입장권이라기 보다는 9:45분에 시작하는 비디오물 상영관 입장권이었다.

< 드디어 입장권 매표소 앞까지 진출 >

절벽을 타고 들어가지 않는 이상, 하나우마 베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모두 약 10분짜리 비디오를 보아야 해변까지 내려갈 수 있다.

보안관 복장을 입고 덩치 좋은 할아버지가 입구에 앉아 통제를 하고 있는데, 미국영화에서 흔히 보듯이 일절 예외는 없었다. 마치 하늘이 두쪽나도 비디오를 보지 않고는 하나우마 베이로 나갈 수 없다는 기세…….

< 비디오 관람을 위해 줄서있는 사람들 >

< 비디오 상영관 근처의 전시물 >

비디오를 보기위해 대기하는 곳에는 그날의 밀물·썰물 시간을 그려둔 표가 있었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썰물에서 밀물로 바뀌는 시기였다. (다만, 만조는 오후 2시여서 최고 수위가 되기 이전에 나가야했다)

< 오늘의 하나우마 베이 조수간만표 >

그렇게 또다시 다시 한참을 기다리다가, 앞 조의 상영이 끝난 후 강당에 입장.

비디오는 하나우마 베이의 생성과정, 자연특성, 사는 생물 그리고 주의사항 들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주의사항이라는 것은 동식물 만지지 마라, reef를 밟지마라, 먹이 주지마라 등등...)

< 비디오 관람장: 앉는 자리 없이 모두 서서 본다 >

이 모든 절차가 시간이나 출입에 한치의 예외도 없이 진행됐다. 그리고 긴 내리막길을 걸어서 결국 10시가 넘어서야 하나우마 베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나우마 베이는 과거 분화구였는데, 그중 한쪽면이 무너져 바다물이 들어온 곳이라고 한다. 따라서 매표소 쪽 길 이외에는 모두 절벽이라 출입이 곤란한 비공개 장소가 되어버렸다.

< 위성사진으로 본 하나우마 베이 >

일단 내려가자마자 너무 배가 고파서 해변 뒤쪽 벤치에서 도시락부터 까먹었다. 비디오를 보고 나온터라 자연보호를 위해 백사장에서 밥을 먹는 것은 피하고, 쓰레기 통 근처에 있는 벤치에서 먹었다.

그리고 모래밭을 피해 잔디밭이 있는 쪽 야자나무 아래 자리를 폈다. 스노클링하는 동안 가지고 온 짐은 어떻게 할까 걱정도 됐지만, 일단 남들처럼 돗자리에 두기로 했다. 스노클링 용품 대여소에 귀중품을 맏겨두는 서비스도 제공(유료)하고 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별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자리를 찜하고 짐은 돗자리 위에 두고, 1차로 하나우마 베이 중앙부(모래사장에서 봤을 때 오른쪽, 바닥이 하얗게 보이는 지역)에서 스노클링을 했다. 하지만 금세 실망.

< 하나우마 베이 수중 상태 >

멀리 가지 않은 이상 물이 발목까지 밖에 닿지 않을 정도로 너무 얕고, 물색도 탁하고 부유물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물고기도 얼마 없고 산호도 이미 많이 석화되어 있었다. 마치 어항이나 세수대야를 들여다보는 기분...
 
다만 물고기가 드문 드문 돌아다니는데, 이전까지 봤던 것들 보다 컸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크기로 승부하는 것이 다분히 미국적이었다.

< 고질라나 용가리는 아니지만 역시 미국에서는, “Size does matter.”가 진리 >

몹시 실망스러운 스노클링을 마치고 잠시 쉬러 뭍으로 나왔다. 아까보다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졌다.
잠시 쉬고 나서 이번에는 왼쪽편(바닥이 검은 부분)에서 스노클링을 했다.

< 잠시 쉬러 올라온 모래사장 >

역시 비슷한 느낌일 줄 알았는데, 이쪽은 물이 좀더 깊고 산호와 바위가 많다. 그리고 파도도 크게 치고 있었다. 아까 들어갔던 부분이 풀장이라면, 여기는 바다물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한참을 물속에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저쪽 앞에서 누군가 “터틀, 터틀……” 하고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앗! 거북이.

재빨리 그쪽으로 가보니 물밑 약 10m 아래에서 거북이 한 마리가 바위에 붙은 해초를 뜯어 먹고 있었다.

< 하나우마 베이 거북이 >

거북이 위에서 둥둥 떠서 한참을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거북이가 물위로 올라왔다.

아무래도 그대로 있다가는 거북이에 부딪혀 물릴 것 같다는 생각에 얼른 피하려다가 갑자기 몰아친 파도에 휩쓸려 바다물을 세 모금이나 벌컥 벌컥 마시고 말았다.

< 급 수직상승하는 거북이: 마치 금방이라도 들이받을 기세 >

그렇게 거북이까지 보고나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두번의 스노클링을 마치고 화장실 앞 샤워대에서 바다물을 씼고, 물기를 닦아낸 뒤 화장실안에 들어가서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다행히 하나우마 베이에는 샤워 시설이 많이 있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 하나우마베이 파노라마 >

그리고 다시 천천히 주차장으로 올라오니 대략 1시 반이 되었다.

< 올라오는 길에 아쉬워 다시 내려다 본 하나우마 베이 >

< 자세히 보면 바다에 뭔가 문양이 보인다 >

아까 그 한국인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베이 올라오는 언덕까지 간 후 다른 봉고로 갈아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역시 이번에도 봉고에 같이 탄 사람들은 모두 일본사람들 뿐이었다.

< 가장 위에서 본 하나우마 베이 파노라마: 마음이 착한 사람은 하트가 세 개 보인다고……. >

< 하나우마 베이 옆에 있는 코코 분화구(Koko Crator) >

아침도 굶고 스노클링을 해서인지 몸이 찌뿌둥 했다. 그리고 살이 많이 타서 피부가 따끔거렸다.
그래서 마우이에서 산 알로에 겔을 듬뿍 바르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