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흔적 (花のあと, hana no ato, 2010)
줄리가 사실은 매우 큰 그릇이었다는 것.
얼마전까지 일본 젊은 여자들의 우상, 기타가와 게이코(北川景子) 주연의 일본 사극. “나이스 쥴리”의 반전을 연상 시키는 영화다.
< 청춘은 꽃 같이 아름답지만 세월은 야속하게 흘러만 간다 >
일본 에도 시대, “후까시”와 “가오”로 가득 찬 시대였다. 자신의 가문과 자신의 가문이 모시는 가문, 에도에서 뒤를 봐주고 있는 중앙의 유력 가문까지 깍듯이 모셔야하고, 예법에 어긋나서 가문이나 지역에 먹칠을 하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던 시대.
< 새로 들어온 신입에게 해 주는 인사말은 “정진하시게…….” >
전쟁에서 돌아온 무사를 성주에게 소개하는 장면을 압권이다. 이름 한 글자만 못외워도 큰 실례다. 한번에 나락으로 떨어지기 쉬운 사회 구조.
< “가오”의 결정판 >
에도 인근 번(藩)에 명문 사무라이 집안의 외동딸 이토는 검술 실력으로 번 내에서 최고를 다투지만, 벛꽃이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어느 봄 날 번 내에서 실력이 가장 출중하다는 하급 무사 마고시로에게 검도 시합을 신청해서 지고 만다.
< 마고시로와 겨루는 이토 >
< 화양연화 : 꽃 같은 시절을 기다림 속에 흘려 보낸다 >
그러나 정작 에도에서 돌아온 정혼자는 변변치 못한 푼수처럼 보일일 뿐. 하지만 정혼자는 정혼자.자기의 길을 가는 이토.
< 정혼자. 장점이라면 밥은 가리지 않고 많이 먹는다는 것 >
마고시로가 모함에 빠진 이후 부터 캐릭터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범인은 근접조차 할 수 없는 큰 그릇들은 어떤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이토는 이토대로, 사이스케는 사이스케대로.
< 에도시대, 남자와 여자의 자세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법 >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에도 시대의 분위기다. “가오” 속에 살아가는 인생, 여자들이 집안에서 방문을 열고 닫는 법, 하는 일, 밥을 먹는 법, 허용되는 것과 허용 안 되는 것들이 숨 막힐 듯이 답답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지킬 것은 지키면서 세상은 돌아갔다는 것. 답답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주는 영화다.
앞으로 지향해야할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되어, 길게 되새기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