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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벌레
태영^감각천재
2008. 9. 14. 16:30
뉴 밀레니엄과 세기말, 그리고 Y2K라는 지금은 생소한 단어들이 일상적으로 통용되던 2000년,
줄리엣의 남자라는 SBS 특별기획드라마가 방송되었다.
(당시에 유행하던 용어들의 아류작으로는 유밀레 공화국이라든지 새즈믄둥이 같은 희안한 단어도 있었다.)
막 신인으로 얼굴을 알리던 예지원(송채린), 전년도에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경력만으로 드라마에는 처음 출연하는 지진희(최승우)(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연이다 -_-;), 그리고 이동통신 광고로 한참 주가를 올렸던 김민희(소찬비)와 차태현(장기풍)이 출연하는 드라마였다.
기업부도와 인수합병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였는데,
나름대로 법률자문을 받아서 만들었는지 국내 드라마에서는 드물게 투자자문회사의 설립요건와 지분신고와 같은 구체적인 묘사가 자주 등장해서 흥미로웠다.
물론 드라마의 압권은 수도꼭지를 방불케 하는 예지원의 눈물연기 그리고 주옥같은 즉흥연기와 대사들이었지만…….
이 드라마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 중 하나는, 명동 사채시장의 큰손 백부자 할머니가 장기풍에게 배추벌레처럼 살아야 백화점의 채권을 받을 수 있다는 충고였다.
자고로 배추벌레란 부드럽고 연한 배추 속살을 먹지 않고, 억세고 뻣뻣한 바깥쪽 잎사귀만 먹는다.
속살을 먹으면 배추가 죽어서, 결국 자기도 죽을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풍은 송채린의 배추벌레가 되서 백화점 지분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다가 나중에 정이 들었나다 뭐라나...….
오늘 성묘를 가서 콩밭 사진을 찍다가 벌레가 콩 잎사귀를 뜯어먹은 흔적을 보았다.
콩 벌레들은 한번 자리잡고 앉은 자리에서, 자기가 붙어 있는 잎을 천천히 다 먹어치우면 몸이 편할 텐데,
조금 갉아 먹다가 다른 잎으로 옮기고, 또 조금 먹다가 다른 잎으로 옮기고 있었다.
또 그러면서도 잎맥은 다치지 않도록 갉아먹어서 어느 한 잎도 벌레 때문에 말라 죽는 법이 없고,
결국 콩줄기도 계속 살아 있을 수 있었다.
그 옆에 있는 밤나무 잎사귀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부의 벌레들은 자기가 오래 살기 위해서 피곤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세상에는 에볼라 바이러스나 소나무 재선충처럼 자기 숙주의 싹 씨를 말리는 무지막지한 놈도 있긴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이 너무 빨리 죽어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시간이 없어 별로 퍼지지 않는다고 한다.)
줄리엣의 남자라는 SBS 특별기획드라마가 방송되었다.
(당시에 유행하던 용어들의 아류작으로는 유밀레 공화국이라든지 새즈믄둥이 같은 희안한 단어도 있었다.)
막 신인으로 얼굴을 알리던 예지원(송채린), 전년도에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경력만으로 드라마에는 처음 출연하는 지진희(최승우)(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연이다 -_-;), 그리고 이동통신 광고로 한참 주가를 올렸던 김민희(소찬비)와 차태현(장기풍)이 출연하는 드라마였다.
기업부도와 인수합병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였는데,
나름대로 법률자문을 받아서 만들었는지 국내 드라마에서는 드물게 투자자문회사의 설립요건와 지분신고와 같은 구체적인 묘사가 자주 등장해서 흥미로웠다.
물론 드라마의 압권은 수도꼭지를 방불케 하는 예지원의 눈물연기 그리고 주옥같은 즉흥연기와 대사들이었지만…….
< 줄리엣의 남자 촬영 당시 풋풋한 신인 예지원 >
이 드라마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 중 하나는, 명동 사채시장의 큰손 백부자 할머니가 장기풍에게 배추벌레처럼 살아야 백화점의 채권을 받을 수 있다는 충고였다.
자고로 배추벌레란 부드럽고 연한 배추 속살을 먹지 않고, 억세고 뻣뻣한 바깥쪽 잎사귀만 먹는다.
속살을 먹으면 배추가 죽어서, 결국 자기도 죽을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풍은 송채린의 배추벌레가 되서 백화점 지분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다가 나중에 정이 들었나다 뭐라나...….
오늘 성묘를 가서 콩밭 사진을 찍다가 벌레가 콩 잎사귀를 뜯어먹은 흔적을 보았다.
< 벌레 먹은 콩잎들 >
그런데 어느 잎 하나도 벌레가 왕창 뜯어 먹은 것이 없었다. 콩 벌레들은 한번 자리잡고 앉은 자리에서, 자기가 붙어 있는 잎을 천천히 다 먹어치우면 몸이 편할 텐데,
조금 갉아 먹다가 다른 잎으로 옮기고, 또 조금 먹다가 다른 잎으로 옮기고 있었다.
또 그러면서도 잎맥은 다치지 않도록 갉아먹어서 어느 한 잎도 벌레 때문에 말라 죽는 법이 없고,
결국 콩줄기도 계속 살아 있을 수 있었다.
그 옆에 있는 밤나무 잎사귀도 마찬가지였다.
< 벌레 먹은 밤나무 입사귀 >
나처럼 게으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지만,대부부의 벌레들은 자기가 오래 살기 위해서 피곤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세상에는 에볼라 바이러스나 소나무 재선충처럼 자기 숙주의 싹 씨를 말리는 무지막지한 놈도 있긴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이 너무 빨리 죽어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시간이 없어 별로 퍼지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