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至(동지)ㅅ달 기나긴 밤, 한 허리같은 장거리 비행에서 유일한 희망은 오직 먹는 것과 영화 뿐. 무얼 더 바라랴!
하지만 2009년 여름 인천-호놀룰루 간을 운행하는 대한항공 보잉 747-400 기종은 개인 영상이 없는 구형 모델이었다. (현재는 바뀌었다고 함) 그래서 영화는 기대할 것이 없었고, 오직 먹는 낙에 의지해서 긴 비행을 마쳐야 했다.
참고로 전체 스크린에 나왔던 영화는 김씨 표류기와 스타트렉이었다. 식도락 중간중간 보니 김씨표류기가 재밌을 것 같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순항(cruise)을 시작하지마자 바로 기다리던 음료수와 땅콩이 나왔다.
< 과일 주스와 피셔 꿀 땅콩 >
일단 비행 중 먹을 음식(기내식)을 봤다. 비행기 출발과 동시에 메뉴판을 나눠주고, 점심과 저녁 식사로 먹을 음식을 미리 주문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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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시 넘어 출발한 비행기라 점심식사가 일찍 나왔다.
< 밥 먹기 전 식전주 >
< 전채 : 내가 좋아하는 새우·해산물 샐러드 >
< 빵과 같이 나온 국화모양 버터 >
< 토마토 크림 수프 >
< 비빔밥 >
< 서대어 >
< 디저트 하겐다스 아이스크림 >
< 체다, 숌, 쌩 앙드레 치즈와 커피 >
< 점심식사는 홍차로 마무리 >
황소개구리 마냥 주는대로 다 받아 먹었더니 배가 불렀다.
그리고 긴 여행을 위해서 잠깐 눈을 붙이기로 했다.
한참을 자다 눈을 뜨니, 아직도 바다 한가운데를 순항 중…….
< 태평양 상공 순항중인 비행기 >
기왕 눈 뜬 김에 간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기내식으로 준비된 간식은 라면과 쿠키.
→ 쿠키는 어디서나 먹어볼 수 있는 것! 하지만 하늘에서 라면 먹기는 쉽지 않음.
그래서 당연히라면을 선택!
간식이라고 해서 당연히 컵라면을 주는 줄 알았는데, 야채가 들어간 라면을 끓여왔다.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계란이 없음 -_-;)
아무리 하늘에서 끓인 라면이라도 계란이 안 들어 갔다면, 고무줄 떨어진 빤스요, 수프 없는 라면, 부킹없는 나이트, 거품없는 맥주라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 직접 끓여온 간식 라면(계란은 없음) >
간식을 먹고나자 다시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저녁식사가 배달되기 시작했다. 자다 말고 다시 저녁 먹을 준비…….
< 치즈가 들어간 샐러드와 빵 >
< 새우 완탕 국수 요리 >
< 닭고기와 파스타 >
< 디저트는 계절과일 >
이렇게 아홉 시간 동안 먹다 자다, 먹다 자다, 다시 한번 먹다 자다를 세번 반복하고 일어났더니,
몸은 어느덧 일본을 지나 인천공항에 도착…….
나중에는 자다가 중간에 밥먹으러 일어나는 것조차 귀찮기도 했지만, 기나긴 비행에서 유일한 낙인 먹는 것을 포기할 경우 나중에 잠이 깨고 나서는 자신의 게으름을 한탄하며 쓰나미 같은 후회와 자괴감에 빠져들고 말 것만 같아 끝내 모든 음식을 다 챙겨먹고 말았다.
한국 도착시간은 4시 47분(미국 현지시간은 밤 아홉 시 사십 칠 분)이었다.
주섬주섬 짐과 옷을 챙겨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비행기 앞에 기자들 도열.
앗! 뭐야? 또 연예인이 타고 있나 싶어서 뒤를 돌아보니,
바로 뒤에 나오는 사람은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하와이에서 성 킴 등 미국 고위 안보 당국자들과 대화를 하고 왔다고 (3:3 대화)